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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이야기/기후 정보

IPCC 이회성 신임 의장, “탄소에 가격 매겨 기후변화 막겠다”

“탄소에 가격 매겨 기후변화 막겠다”

IPCC 이회성 신임 의장, 기자회견 통해 밝혀 
국제사회 합의 없으면 무용지물 ‘한계’ 여전 

[기상청=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한국인 최초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으로 당선된 이회성 신임 의장이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며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이회성 신임 의장은 지난 7일 135개국이 참여한 선거결과 2차 결선투표에서 벨기에 후보를 누르고 제6대 IPCC 의장으로 당선됐다. 

기상청과 환경부 관계자들마저 반신반의했지만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미국 후보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인 최초의 국제 기후변화 협의체 의장에 당선됐다는 평가다. 

IPCC 의장은 따로 임기를 정하지 않기 때문에 2015년 10월부터 6차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는 시점까지(5~7년) 34인의 의장단과 195개국 전문가들의 수장으로서 IPCC의 업무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회성 의장은 국제적 에너지·기후변화 분야 전문가로 IPCC에서 1992년 제3실무그룹(사회경제 분야) 공동의장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IPCC 부의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20년 넘게 활동 중이다.

 

 

이회성 신임 IPCC 의장이 기상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밝혔다. <사진제공=기상청>



경제성장 기회 창출 가능해 


12일 기상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의장은 “지금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성, 대응 비용 등을 강조했다면 앞으로는 문제의 이면에 존재하는 솔루션을 강조해야 할 때”라며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성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교토프로토콜 이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적 접근방법의 배경에 대해 이 의장은 “과학적 연구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도쿄프로토콜 이후 정체된 상태다. 그마나 파리총회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가 논의될 예정”이라며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비용’이라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제적 접근방법을 제안했다. 

이 의장은 “탄소배출로 인한 비용이 없기 때문에 저탄소기술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다. 사회 전체에 피해를 유발한 당사자가 돈을 내야 한다”며 “그것이 탄소배출에 대한 가격이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면 시장에서 역전이 일어나고 비용이 아닌 기회가 되고 솔루션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게 되면 화력발전 등의 비용이 상승해 오히려 태양광, 풍력 등 탄소배출이 없는 기술의 가격이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의장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의 논의는 국제 사회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나라 대표가 ‘경제학자가 IPCC 대표가 되서 반갑다’고 인사말을 했다. 기후변화 이슈가 해결방법과 실질적인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성 의장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이유로 국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평가는 거부했다.



선진·개도국 이견 여전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일률적으로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저탄소기술이 없는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지원과 기술이전이 필수지만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이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 도출에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IPCC는 UN 등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개별 국가의 정치나 정책에 간섭하지 못한다. 특정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하다고 해서 이를 촉구하거나 비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방식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회성 의장은 “IPCC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이회성 의장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그는 “IPCC는 기본강령을 통해 정치적으로 엄정한 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회성 IPCC 의장은 탄소가격제 외에도 “IPCC 활동에 대한 개도국 참여 증진을 통한 균형적 정보 제공의 IPCC 본연 활동을 달성하겠다”며 “전 지구·지역 간 기후변화 문제와 국가적 사안 간의 연계성 강화를 통한 IPCC 보고서의 소통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회성 의장이 선진국과 개도국, EU와 미국 등의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이 기후변화 주도국? 

한편 우리 정부가 이회성 IPCC 신임 의장 당선을 계기로 “(한국이)기후변화 문제 주도국으로 부상했으며 기후변화 감시 및 대응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이 국제 지위에 맞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기울였느냐에 대해 국제사회가 매우 회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난 6월 UNFCCC에 제출한 국가자발적감축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는 2030년 BAU 대비 37%의 감축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사회에 천명한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한 수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전체 감축목표의 약 30%에 해당하는 11.3%를 한국 밖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통일 이후 북한의 조림사업 등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혀 실효성이 없는 뜬구름 잡는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가 판가름 날 파리 총회가 불과 2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IPCC 신임 의장으로서 이회성 의장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ndaddy@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