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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이야기/기후 정보

남태평양 섬나라들 “우리 국민들 좀 살려주세요”

피지·키리바시·투발루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 “우리 국민들 좀 살려주세요”

해수면 상승으로 잠길 위기… 선진국들에 ‘기후난민’ 처지 자국민들 이민 허용·경제지원 촉구

피지·키리바시·투발루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  “우리 국민들 좀 살려주세요” 기사의 사진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연안의 섬나라들이 급기야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절박한 호소를 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피지, 키리바시, 투발루, 토켈라우 등 섬나라 정상들은 이날 키리바시에서 모여 합동성명을 내고 선진국들의 경제적 지원과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은 자국민들이 이민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지원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의 중대한 존립 위기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싸늘한 반응에 매우 유감”이라며 “(지구온난화에 책임 있는) 선진국들이 우리 국민들이 품위 있게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과 홍수가 겹치면서 삶의 터전을 잃는 주민들이 많은 데도 이와 관련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114조4000억원)가 지원되는 녹색기후기금(GCF)을 마련키로 했지만 세부사항에 관한 논의는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총회를 앞두고 이달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남태평양 국가 정상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민 대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지만 호주가 협의체 구성을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남태평양 국가 출신들의 무분별한 난민 유입을 원치 않는다는 명분에서다.

해마다 해수면이 1.2㎝씩 상승하는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 등 이들 정상은 “호주는 이기적인 나라”라고 맹비난했다. 키리바시는 지구촌 평균보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4배나 빠르며 2050년이면 해저에 잠길 것으로 전망된다. 

1951년 제정된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서는 정치적·종교적 박해를 받은 이들만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난민’들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회(IPCC)가 2013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남태평양 섬나라나 저지대 국가들에 심각한 홍수와 침식 피해를 초래할 것이며, 2050년이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기후난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2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